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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막혔다가 뚫렸다가.
지긋한 일이었다.

두통은 나의 나태함을 안심시켜주고.
뭔가 구실을 찾는
이 또한 지긋한 일. 

다른 날들이 시작될거라고,
난 어제 오늘을 기다렸지만
다른 날들의 오늘은 오지 않았다.

지긋한 일.
지긋한 일.


Posted by 마농탄토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한 계절에 한 번씩 두통이 오고 두 계절에 한 번씩 이를 뽑는 것
    텅 빈 미소와 다정한 주름이 상관하는 내 인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나를 사랑한 개가 있고 나를 몰라보는 개가 있어
    하얗게 비듬을 떨어드리며 먼저 죽어가는 개를 위해
    뜨거운 수프를 끓이기, 안녕 겨울
    푸른 별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달려오고
    그 별이 머리 위에 빛날 때 가방을 잃어버렸지
    가방아 내 가방아 낡은 침대 옆에 책상 밑에
    쭈글쭈글한 신생아처럼 다시 태어날 가방들
    어깨가 기울어지도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이 들어
    아직 건너보지 못한 교각들 아직 던져 보지 못한 돌멩이들
    아직도 취해 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자세로 새롭게 웃고 싶어

 

    그러나 내 인생의 1부는 끝났다 나는 2부의 시작이 마음에 들어
    많은 가게들을 드나들어야지 새로 태어난 손금들을 따라가야지
    좀 더 근엄하게 내 인생의 2부를 알리고 싶어
    내가 마음에 들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인생!
    계절은 겨울부터 시작되고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일월부터 다시 계획해야지 바구니와 빵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접시 위의 물은 마를 줄을 모르네
    물고기들과 꼬리를 맞대고 노란 별들의 세계로 가서
    물고기 나무를 심어야겠다.


     3부의 수프는 식었고 당신의 입술로 흘러드는 포도주도
     사실이 아니야 그렇지만 인생의 3부에서 다시 말할래
     나는 내 인생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
     아들도 딸도 가짜지만 내 말은 거짓이 아니야
     튼튼한 꼬리를 가지고 도끼처럼 나무를 오르는 물고기들
     주렁주렁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 아래서
     내 인생의 1부와 2부를 깨닫고
     3부의 문이 열리지 않도록 기도하는 내 인생!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싹둑 잘려나가고
     훨씬 밝아진 인생의 3부를 보고 있어
     나는 드디어 꼬리 치며 웃기 시작했다.

  

 

시인들의 문장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직 건너보지 못한 무수한 교각들, 아직 던져보지 못한 돌멩이들
아직도 취해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자세들. 

섬세하고도 사소한 성찰.
시간과 공간의 현을 어루만지는 듯 하다.

거기서는 일상의 소리가 나며
그 소리는 반짝인다.

Posted by 마농탄토

학교 도서관에 앉아 죽치고 앉아,
인터넷이며 지금과 같은 블로깅질을 하고 있다.

음,,
어제랑 오늘은 가슴이 울렁울렁 거리는 날이었다.
친구생각에 눈물도 나는 그런 날이었다.
Posted by 마농탄토

Beck.

iLLusT & ArTS/ToooooooooN 2009/04/30 21:37


I never dream before~로 시작해서 I was made to hit in the America 로 끝나는 중독성있는 오프닝 송.

얼마전에 곰티비에서 보고 3일만에 다 봐버린 애니메이션.
소심하고 평범한 소년이 음악을 알게 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간다는 내용.
스토리 라인은 평범하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소년(혹은 소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락(rock)이다.
재밌는 녀석들이 많이 나올거 같지 않은가.

그렇지만, 성장하는 소년(혹은 소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샘나게 만든다.
난 언제고 한 번 저토록 무언가에 열중해본 적이 있나.
뜨거웠던 적이 있나.

그 날의 맹렬함을 언제나 꿈만 꾸는 나는 컴퓨터 모니터앞에 앉아
이 흥미진진한 소년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듣는다.
아직도 나에게 기회가 남아있기를 바라며



Beck이라는 것은 극중 주인공 녀석들의 밴드이름이자 위의 사진 오른쪽 아래의 개(강아지)녀석이기도 하다.

Manual한 이 땅의 삶속에서 얼마나 도망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아니, 도망이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저녀석들 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삶을 찾아갈 수 있을까?

위의 사진은 작년(08년) 호주에서 봤던 끝없이 펼쳐진 길들을 생각나게 했다.
무수히 많은 교통신호속에 둘러싸인 나는 저런 길이 그립기만 하다.

간만에 기타가 잡고 싶어졌다.






Posted by 마농탄토

#1.
지난 번 이사했을 때, 시골에 계신 부모님도 올라오셨습니다.
서울사는 이모네가 오셨다 돌아가시고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도 가라앉아
아빠, 엄마, 형, 영이, 나 이렇게 다섯이서 잠깐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원체 가족간의 대화가 많은 집안이 아닌데다 자식놈들은 모두 사내놈인지라
이렇게 얘기하는 건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모처럼 '가족'이라는 것을 '감感 '했습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고, 그 마음을 따라가다가
그제서야,
이게 우리가족이 '모두'모인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맞다..우리 가족이 지금 모두 모인 거구나,

 

몇 년사이에 여읜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무척이나 오래되고 익숙한 냄새들을 더이상 맡을 수 없어서였을까요.

저녁마다 피어오르던 옛집의 연기들이 멈춘듯한 쓸쓸함들 속으로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내 손을 잡던 할머니의 늙은 손이 기억 납니다.
유년시절 동안 내 작은 손을 잡았주던 그 손은 늙고 야위고 반들반들하였습니다.
시골에 내려갈 때 할아버지 밭에서 쓸 비료포대를 날라주던게 기억이 납니다.
쌍둥이를 앞세우며 낫 한 자루 뒷짐지고 따라오시던 걸음은 더딘것이었습니다.

 

든자리보다 난자리가 크다는 말,


마음들의 틈새로
김빠진 사이다 기포들이 사아..하며 올라오는 듯 합니다.

 

#2.
언젠가 떠났던 그 사람은
자신이 냉정하지 못하다고 했지만
내 사랑을 끝내 끊어낸 마음이 끝내 냉정했다.

 

언젠가 얘기를 나누던 친구는
내 얘기가 극단적이라고 했지만
내 얘기를 극단적으로 이해한 그내가 극단적이었다.

 

언젠가 길을 걸으며 친구는
나라는 사람은 참 착한것 같다고 했지만
나를 착하다고 말하는 그이가 참 착한사람이었다.

 

또 언젠가 친구는
뜻모를 손을 내밀었지만,
'안녕'하며 인사도 못해준 나는 진정 무정한 사람이었다. 

 

#3.
고등학교때 친구가 제 싸이월드 미니홈피 일촌평란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끼야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답장을 하지 못한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

얼마전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다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뭐라고..?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순간 겹쳐지는 마음들 사이를 가로질렀습니다.

 

'난 지금 불효중..'이라는 미니홈피의 일기속에는
투병의 두려움과 고통..힘겨움이
띄엄.띄엄.시간의 공백을 두고, 하지만 무겁고 깊게.
박혀있었습니다.

 

한마디. 힘내라는 말도 건네주지 못하고,
'기도할게'라고 진심으로 얘기해주지도 못한채
무심했던 나의 시간속에서 친구는
그 생을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끼야호..'

 

왜, 난,,

 

 

여드름난 얼굴로 무척이나 착하게 웃던 그 녀석이 생각납니다.

 

 

 

 

사랑을 찾아내는 건 파랑새를 찾는것과 꼭 같아..
이상은의 노래 '삶' 중.

Posted by 마농탄토

#긴 방랑이 시작되는 아침..
긴 방랑을 떠나고 싶어.
이것은 반쯤 잠에 깨어 아직 꿈과 현실의 문턱에 기웃거리고 있을 때 분명해지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구절을 책에서 발견했을 때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기도 하지. 또 음악을 들을 때나 만화책 주인공이 이를 악물고 '긍지'를 외칠때나ㅎㅎ 길을 걷다가 불현듯 저 골목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까 궁금해질 때, 혹은 잠들기 전..어둔 천장을 바라볼 때나.
생각을 하지.

긴 방랑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방랑'이라는 말은 얼마나 꿈같은 말인지.
방랑을 떠나기 위해서 버려야할 것들은 얼마나 많을까.
지금 이 글을 읽을 '당신'과도 '긴 방랑의 시간'이 떨어뜨려 놓을테고
몸뚱아리를 제외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뒤로해야 할테니.
그럴 용기가 있을까? 내일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하는 인간의 사소한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작고 어리석은 나에게.
'방랑'이라는 삶은 감당할 수 있을만한 무게일까.
가장 가벼운 삶은 가장 무겁다.
가장 자유로운 삶은 가장 두려운 삶.

그렇지만,
언제나 꿈을 꾸지.
어느 날. 소풍을 가는 날의 아침처럼.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두 어깨에 둘러멜 짐들을 챙기고
신발 끈을 조이면서
하나의 숨.
나지막히 내쉬는 그런 날의 아침을.
비록 잡을 수 없는 저 별일지라도.

-돈키호테의시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는     
이룰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수 없는 적과 싸웠으며
이룰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수 없는 저별을 잡으려 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며
씻어버려야할 불명예                                   
바로 잡아야할부정
고쳐야할 무분별한일
개선해야할 폐단과
해결해야할 부채가 있는이상
하루라도 지체하는 건
기사에 도리가 아니다.
그는 그렇게 부르 짖으며
고향 라만차를 떠났다.

Posted by 마농탄토